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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않아 커피를 물잔에 가지라구. 할 의최고의 심리극으로 손꼽히는 ‘헤다 가블러’. 공교롭게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담은 무대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 헤다 역에 국립극단은 이혜영, LG아트센터는 이영애를 내세웠다. 남다른 아우라와 대체하기 힘든 연기로 정평 난 배우 간 연기 대결이 펼쳐진 격이다. 연출 역시 원숙한 경지에 이른 박정희 국립극단장 겸 예술감독과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에서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전인철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구도다. 연극 애호가에겐 화제작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러’는 부유한 장군의 딸로 자라나 결혼 후에도 남편의 성 대신 자신의 처녀 근저당권자 시절 이름을 고집한 여성이 주인공이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파괴적인 헤다라는 인물은 수많은 비평가와 연출가들의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여성 햄릿’에 비견됐다. LG아트센터 서울 무대에 오른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이영애(왼쪽 사진)가 도도하면서도 위태로운 헤다의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선 2012년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일본계 대부업체 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을 탄 이혜영(오른쪽 사진)이 다시 연기혼을 불사르고 있다. LG아트센터·국립극단 제공



◆‘헤다’, 여성햄릿

헨리크 입센의 말년작인 ‘헤다 가블러’는 모두가 선망했던 여성 헤다가 결혼 이후 현실과 이상의 괴 20대 직장인 리 속에서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부유한 장군의 딸로 자라나 결혼 후에도 남편의 성 대신 자신의 처녀 시절 이름을 고집한 주인공 헤다는 사회적 제약과 허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다. 입센은 이 작품을 통해 당대에는 파격적일 만큼 급진적인 방식으로 억압받는 여성의 욕망과 심리를 파고들었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파괴적인 헤다의 캐 네이버 대출계산기 릭터는 이후 수많은 비평가와 연출가의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답답한 현실과 이상 속 욕망 사이에서 헤다가 취하는 파괴적 선택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1891년 독일 뮌헨 초연 당시부터 “비현실적인 주인공”, “상상력의 끔찍한 실패작”이라는 혹평이 뒤따랐다. 심지어 안톤 체호프조차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 작품을 관 캐피탈직장 람한 후 “입센은 극작가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내놓았을 만큼 논쟁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심리극의 고전으로 재조명받고 페미니즘 비평의 중심에 섰다. 주인공 헤다는 이제 ‘여성 햄릿’에 비견될 정도로 깊이 있는 현대 여성상으로 여겨진다. ‘배우가 가장 탐내는 여성 배역’이자 최고의 심리극으로 자리 잡았다.
◆“헤다는 도대체 왜?”
헤다는 왜 그랬을까. 초연 때부터 논쟁이 많았던 작품답게 관련 학술 연구도 오래전부터 많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헤다 가블러’ 관련 논문이 최소 100여편 이상 검색될 정도다. ‘욕망의 심연과 허무의 응시’ 식으로 헤다의 모순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의 원인을 파헤치는 연구가 대다수다.
그만큼 이 심리극의 관건은 헤다라는 문제적 인물을 얼마나 실감나게 구현하고 그의 행보에 어떻게 설득력을 부여하느냐다.




이번 두 공연은 각기 다른 대본 선택과 연출 기법으로 확연히 대비됐다. 국립극단은 조태준 번역, 황정은 윤색의 원작 각색본을 사용해 정통성을 강조했다. 반면 LG아트센터는 영국 명연출가 리처드 이어의 현대적 각색본을 다시 두 명의 작가가 번역과 윤색을 해 보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텍스트로 다듬었다. 리처드 이어는 프로그램북을 통해 “헤다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할 법한, 회피할 수 없는 감정의 결정체”라며 현대적 감수성을 담아낸 의도를 밝혔다. 설명보다는 행동을, 결론보다는 해석의 과정에 무게를 두었다.

무대 디자인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LG아트센터는 배우의 등장과 퇴장 통로까지 없애고 무대를 상부까지 빈틈없이 막은 벽으로 둘러쌌다. 소파와 피아노, 언제든 날아갈 것 같은 풍선묶음과 디오니소스 그림 등으로 현대적이고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비해 국립극단의 명동예술극장은 중앙의 화톳불 난로와 긴 소파·계단·책상·진열장에 무대 전면 양측 스피커까지 세워 놓는 등 많다 싶을 정도의 소품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사실적이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초기 좌표 설정이 이토록 다른 만큼 두 작품이 만들어내는 결도 뚜렷하게 엇갈렸다. 국립극단은 헤다의 행동과 심리를 섬세하게 설명하며 충분한 당위성을 제공하는 친절한 무대를 선보였다. LG아트센터는 깔끔한 극 전개 만큼이나 헤다에 대한 질문과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더 많은 물음표를 안겨준 무대였다.




헤다라는 도전적 배역을 맡은 이혜영·이영애는 이름값에 걸맞게 아쉽지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2012년에도 박정희 연출과 함께 ‘헤다 가블러’로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이혜영은 당시 ‘신이 되려 한 여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 대신 인간적인 헤다 가블러를 연기했다. 연기 초년생 시절 경험을 빼면 사실상 첫 연극 무대에서 이영애는 도도하면서도 내면의 약점을 감추지 못하는 주인공으로서 담장 위를 걷는 듯한 연기를 특유의 매력으로 풀어냈다. 권태로운 삶에서 어긋난 방향으로 탈출구를 찾는 비극의 주인공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두 주역의 연기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전체 배우진의 앙상블과 작품 밀도는 LG아트센터가 한층 더 두꺼웠다. 서사 전개의 방아쇠를 당기는 브라크 판사 역을 맡은 지현준의 인물 해석과 헤다의 남편 조지 테스만을 연기한 김정호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공연은 각각 6월 1일(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과 6월 8일(LG아트센터)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