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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끝났어.”

애써 그림을 그리던 남자는 힘없이 손을 떨궜습니다. 굳어버린 손끝에서 빠져나온 붓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습니다. 아름다운 인상주의 그림을 그려 인기와 명성을 얻은 남자.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이 그의 삶을 바꿨습니다. 후유증 탓에 그가 자랑하던 경쾌하면서 섬세한 표현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남자가 할 수 있었던 건 투박하고 거친 비과세 저축보험 붓질뿐.

절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붓을 집어 든 남자는 또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초인적인 괴력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모든 걸 잃고 눈이 멀어버린 성경 속 사나이, 삼손. 남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삼손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캔버스 속 거친 선에서는 삶에 대한 새로운 신혼부부전세자금대출 무주택 의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출신 인상주의 화가이자 표현주의의 선구자 로비스 코린트(1858~1925) 이야기입니다.

 고통, 그림이 되다



로비스 코린트


코린트의 어린 무직자 대환대출 시절은 지옥과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10살도 더 많은 형들 때문이었습니다. 형들은 코린트를 욕하고 괴롭히며 학대했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새아버지와 코린트는 집안의 재산을 빼앗아 갈 ‘굴러온 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괴롭힘에 무관심했고, 유일하게 코린트를 아끼고 품어준 아버지는 일이 바빠 아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습니다.
빌려준돈 받는방법 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악몽 같은 나날은 계속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학대당한 탓에 그는 소심한 성격이었고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이런 코린트를 따돌렸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린트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슬픔도, 괴로움도 어느새 마법처럼 잊혔습니다.
코린트가 열다섯 살이 돼서야 괴 j트러스트 로움은 마침내 멈췄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의붓자식들에게 유산을 떼어준 아버지는 코린트를 데리고 대도시로 갔고,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그를 뮌헨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시켰습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그는 미술 유학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20대 내내 공부했습니다. 그가 인상주의를 접한 것도 이때입니다.
오랜 유학을 마치고 고향인 독일로 돌아온 뒤 코린트는 중병을 앓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그해 코린트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을 되새기며 그린 작품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를 그린 작품 ‘피에타’였습니다. 이듬해 파리 살롱에 출품된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리며 찬사와 함께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때부터 코린트의 작품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인 자연주의 그림의 섬세함, 인상주의 그림의 밝고 자유로운 색채가 모두 녹아 있었습니다. 코린트는 독일 미술계의 대세이던 베를린 분리파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했고, 40대에 들어선 뒤에는 미술 교실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미술 교실 학생이던 샤를로테 베렌트와 만나 1903년 결혼하며 코린트는 전성기에 들어섰습니다. 가족은 화목했고 새로운 실험적인 그림들은 호평받았습니다. 하지만 1911년 코린트는 마흔일곱 살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죽음을 마주보다



목숨은 건졌지만 그의 좌반신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걷고 물을 마시는 단순한 일도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그는 평생 왼손으로 그림을 그려온 왼손잡이였습니다. 괴로움은 두 배가 됐습니다. 눈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뇌의 왼쪽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 상해 시야의 왼쪽 아랫부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아내의 헌신적인 간호 덕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뒤에도 섬세한 손동작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는 화풍을 확 바꾸기로 했습니다. 거칠지만 자신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주의’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기로 한 겁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우울증은 물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수시로 그를 덮쳤습니다. 뭘 그리든 그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색조와 뒤틀린 형태가 도드라졌고, 여기에 죽음에 대한 예감이 스며들었습니다. 이전 그림들이 대중의 인기를 끌기 좋은 ‘예쁜 화풍’이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코린트의 작품을 한 단계 높은 심오한 경지로 밀어 올렸습니다. 쓰러진 뒤 코린트의 작품에는 이전에 없던 깊이와 힘, 역동성, 내면의 진실이 더해졌습니다. 짧고 거친 붓질, 대각선으로 흔들리는 선에는 코린트의 격렬한 감정과 불안이 녹아들었습니다. 그는 자기 내면을 들여다봤고,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그 속의 고통을 그렸습니다. 사람들도 그의 진정성을 알아봤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그의 명성이 계속 높아진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
뇌졸중 발병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코린트는 500점 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평생을 통틀어 그린 그림의 절반 이상이 이 시기 작품입니다. 이전보다 오히려 작업을 더 성실히, 부지런히 했다는 뜻입니다.
1925년 5월 코린트는 매년 그려온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편안한 자세, 노쇠한 피부, 깊은 슬픔을 간직한 눈, 하지만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표정. 자화상이 완성된 다음 얼마 안 돼 그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어떻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두 달 뒤 코린트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까지도 코린트는 현대미술의 개척자이자 표현주의 화풍의 선구자,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가 특히 대단한 점은 죽을 때까지 새로움을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뇌졸중이라는 비극을 그는 새로운 변신의 계기로 삼았습니다.
철학자 에릭 호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고난을 겪으며 진정한 창조력을 발휘한다. 내면의 고통과 투쟁을 겪는 그들의 고뇌와 비탄은 위대한 작품이 돼 시대를 초월한다.” 코린트의 삶과 작품이 바로 그랬습니다.
그의 작품 중 ‘거울 앞에서’(1912)는 지금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열리고 있는 ‘인상파,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 우스터미술관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