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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후보교체 사태 끝에 뒤늦게 출발선에 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영남을 찾았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단합과 승리를 강조하며 보수 ‘텃밭’ 다지기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문수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5월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 간의 영남권 순회 유세에 나섰다. 12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 참배 이후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울산·부산(13일)-진주-사천 우주항공청-창원 두산에너빌리티-밀양-양산 통도사(14일)를 찾았다. 부산개인돈


김문수 후보는 앞서 영덕·포항·경주 등 영남 지역을 한 차례 찾은 적 있다(5월7일). 그러나 당시에는 3차례 경선을 거쳐 선출된 최종 대선 후보였음에도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 동행 없이 홀로 지역 일정을 소화했다. 당시 김미애·엄태영·김대식 의원이 김 후보 일정 중간에 현장을 찾았지만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목적은 김 후보 지원이 아니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협상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날 단일화를 압박하던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가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대구행 기차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후보는 일정을 도중에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강제 후보교체 사태가 일단락 된 리스금융 이후 김문수 후보가 다시 찾은 영남 현장의 분위기는 그때와 달랐다. 김 후보의 이름과 구호로 개사한 ‘선거송’이 울려 퍼졌고 붉은색 선거 유세 복장과 흰 장갑을 맞춰 입은 선거운동원들이 그의 사진과 이름이 들어간 피켓을 들고 흔들며 춤을 췄다. 찾는 곳마다 해당 권역의 현역 의원들이 ‘기호 2번 김문수’가 적힌 어깨띠를 매고 그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 생애최초구입자금대출 보수 성지’ 대구 서문시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김문수! 대통령!”을 외치는 인파가 몰려 시장 골목과 육교를 메우고 김 후보를 맞이했다.




5월12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김문수 후보의 도착을 기다고 있는 지지자들의 모습.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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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후보교체 사태가 남긴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최종 후보 결정이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5월11일까지 늦춰지면서, 국민의힘이 단체 주문한 야구 유니폼 스타일의 선거 유세 복장에는 김 후보의 이름이 빠졌다. 선거 운동원들은 김 후보의 이름을 스티커로 만들어 옷 위에 덧붙이거나 어깨띠를 매는 것으로 대신했다. 김 후보의 이름이 적힌 선거 유세 복장은 김 후보와 일부 국회의원들만 입었다.

지속되는 후보교체 파동의 여파

김문수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시작부터 ‘원팀’을 선언했다. 강제 후보교체 사태를 수습하기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5월10일 당 지도부의 새벽 기습적인 후보교체를 두고 “야밤의 정치 쿠데타”라며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언한 김 후보였지만, 최종 후보 확정 후 ‘쌍권’ 중 권영세 비대위원장만 자리에서 물러났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선대위 인선에는 윤석열 탄핵에 반대한 친윤계로 불려온 국민의힘 주류 의원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당내 기반이 미약한 김 후보로서는 선거를 치르기 위해 당 주류인 친윤계의 도움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문수 후보의 측근 그룹인 김재원, 박계동, 차명진 등 원외 인사 중 선대위 공식 인선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김재원 비서실장이 유일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월1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와 대구와 울산 일정을 함께했다. 권 원내대표는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부하자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 “정말 한심한 모습이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영남 유세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권 원내대표는 김 후보에 대해 “일 잘하고 청렴결백한, 나라를 위해 봉사할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는 발언을 마치고 의원들과 큰절을 올릴 준비를 하는 김 후보로부터 공손히 마이크를 건네받아 치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 경선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박수영 의원은 영남 방문 2일차 부산 유세 현장에 함께했다. 박수영 의원은 단일화 관련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측근 및 캠프는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라는 내용의 비판 메시지를 보냈다. 박 의원은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 이른바 ‘주김야한(낮에는 김문수 밤에는 한덕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부산 유세 현장에서 김 후보는 박 의원을 부르며 “(박수영 의원이) 경기도에서 부지사로 4년 6개월 동안 저와 함께 일했다. 제가 거짓말 하는 거 본 적 있나?”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김문수 후보는 강제 후보교체 사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대구 서문시장 유세가 끝나고 기자들과의 문답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그만뒀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모든 경선은 후유증이 반드시 있다. 여러분 보시기에 마음에 덜 차는지 몰라도 (대통령)선거가 22일 남았는데 원내대표 선거를 하면 선거는 포기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5월13일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 김문수 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



김문수 후보는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지만, 유세 현장 곳곳에서는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의 후보교체 시도에 대한 감정적 여파가 확인됐다. 대구 서문시장 유세 현장에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 지지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마주했다. 권 원내대표를 향해 “꺼져라”,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국민의힘의 유세 무대 인근에 ‘대한민국 박사모’라는 현수막을 걸고 별개의 음향장비를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민들은 “국민의힘 의원들 정신 차리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울산 중앙시장에서 만난 전혜성씨(63)는 “후보 교체 시도가 있을때도 계속 김문수를 지지하고 권영세 욕을 했다. 정상적으로 경선을 밟아 온 사람인데 한덕수는 낙하산처럼 온 사람이다.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김문수가 후보가 되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이용민씨(46)는 “김문수 후보에 별 감흥은 없다”라면서 “애초에 김문수는 당내에 자기 세력이 없어서 ‘쌍권’에게 그렇게 휘둘렸던 거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또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법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5월13일 울산 유세 현장에서 김문수 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이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공동취재



 

의문 낳은 후보 일정 관리

김문수 후보 측은 유세 일정과 메시지 관리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이번 영남 유세는 결과적으로 2박3일 일정으로 끝이 났지만, 사실은 다음날 일정이 뒤늦게 확정된 ‘별개 일정’이었다. 5월12일 마지막 일정인 대구 방문 과정에서 다음날 부산 방문 일정이 확정됐고, 5월14일 진주 일정도 전날 오후 늦게 확정됐다. 당 관계자들조차 전날 밤 늦은 시각까지 후보의 구체적인 다음날 일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5월12일 대전과 대구 방문 하루 일정으로 알고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들이 “후보가 내일은 서울로 돌아가는 거냐”, “앞으로 몇 박 일정을 생각해야 하는 거냐”라는 질문을 반복해 공보 담당자들이 진땀을 빼야 했다. 5월14일 김 후보의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방문 일정에 참석한 신성범 의원도 “언제 일정 통지를 받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 밤에서야 알았다”라고 답했다.


당초 서울에 남아 있었던 이충형 대변인이 둘째 날 오후부터 뒤늦게 현장에 투입돼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어제 현장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길래 도우려고 왔다”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전날 현충원 참배 후 ‘채 상병 묘역에는 참배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모든 곳을 다 다닐 수는 없다”라고 답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유세 현장에서 후보의 연설 역시 지역 현안을 반영하기 보다는 이재명 규탄, 경기지사 시절 치적 홍보, 박정희 향수 자극 등 준비된 ‘레퍼토리’에 지명과 고유명사만 바꿔 넣는 모양새가 반복됐다.


국민의힘 선대위 내에 김문수 후보를 따르던 측과 한덕수 전 총리로 후보를 교체하려던 측 사이에 내분 조짐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후보 일정과 메시지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는 배경도 내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종운 수행실장은 선대위 내분설에 대해 “그런 것(내분)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늦은 시간에 하루 단위 일정 발표가 반복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온 김에 마저 들르면 좋겠다’ 한 것”이라면서 “선거가 원래 그렇다. 뒤죽박죽 하기도 하고 특히나 큰 선거일수록 복잡한 것이다. 밤이든 낮이든 일정은 계속 바뀔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5월14일 김문수 후보의 밀양 관아 앞 유세 현장. 맞은편 건물에 이재명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공동취재



 


김 후보는 영남 일정 셋째 날인 5월14일 경남 밀양시 밀양관아 앞을 찾아 유세를 벌였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후보의 초대형 현수막이 유세현장 바로 앞에 서 있는 건물을 포장하듯 덮고 있었다. 마치 활짝 웃는 이 후보가 김 후보의 유세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김문수 후보도 의식한 듯 유세 과정에서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이 사람 하는 거 보십시오. 너무너무 많은 사람 전부다 탄핵 해가지고 대통령만이 아니라 대법원장도 탄핵한다, 자기 재판하는 사람도 탄핵한다, 검사도 탄핵한다, 이렇게 다 탄핵해 버리면은 이게 독재지 뭐가 독재입니까. 여러분 반대하지요?” 이를 지켜보던 서광수씨(63)는 “여기는 선거운동 안 해도 저 당이 70%는 나온다. 여기 와서 저러는 건 순 낭비다”라면서도 “나는 이재명을 찍기로 했다. ‘내란 정당’은 절대 안 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 한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나온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구·울산·부산·진주·사천·창원·밀양·양산/김수혁 기자 stardus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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