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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불법을 바로잡아준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 (윤석열 대통령)
"빛의 혁명도 이런 반동을 이겨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 논란에 휩싸였던 대한민국이 이제 '내전 우려'에 직면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그가 석방되자, 여야와 탄핵 찬·반 진영 간 격렬한 갈등이 전개되면서다.
이대로라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이에 반대하는 진영이 소요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복귀를 바라는 여당과 조기대선을 염원하는 야당 모두 광장으로 나가 투쟁 대오에 합류하면서 전운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거치하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뭉치는 보수…尹 두고 찢어진 대한민국
'12·3 비상계엄' 직후 민심은 지금 적도원칙 과는 사뭇 달랐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4년 12월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3.6%로 나타났다. 반대는 24.0%였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 사대보험 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연령별로는 만 18~29세(86.8%)와 40대(85.3%)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50대 76.4%, 30대 72.3%, 60대 62.1%, 70세 이상 56.8% 순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69.5%는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응답했다. 해당하지 개인회생 폐지 않는다는 응답은 24.9%였다.
이에 윤 대통령이 '박근혜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이 같은 여론의 흐름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 여론과 비슷했다. 2016년 11월30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5.3%, 반 서울 직장인 밴드 대는 17.2%였다.
그러나 새해 들어 여론이 달라졌다. 여당 지도부가 친윤(親윤석열)계로 재편된 가운데 '극우 집단'이 주도하던 탄핵 반대 시위에 청년층과 범보수세력이 합세하기 시작하면서다. 이들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정당 통치행위'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나아가 거야의 폭주를 규탄하면서 윤 대통령의 복귀를 외치고 있다.
보수가 집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찬·반 여론도 비등해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집권세력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p)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응답은 50.4%,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응답은 44.0%로 집계됐다.
이념에 따라 응답이 크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90.8%가 정권 연장론을 지지했고,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96.3%가 정권 교체론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보수층에서는 60.4%가 정권 연장을, 진보층에서는 87.3%가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중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 중 60.4%는 정권 교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당 명운 걸고 벼르는 여야…긴장하는 경찰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8일 석방되자 정치권의 대립은 더 격렬해졌다. 법원 판단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헌재에 상반된 메시지를 발신했다. 우선 국민의힘은 구속 취소 결정이 윤 대통령 수사 전반의 법적·절차적 하자를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헌재도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형사 재판 및 구속 여부와 헌재의 탄핵 심판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석방한 검찰을 맹비난하는 한편, 헌재에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동시에 여야 지도부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여론 몰이'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법조계 일각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법뿐 아니라 민심과 정치적 상황까지 재판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여야는 여의도를 벗어나 '광장 정치'에도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3·1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여당 의원 37명이 참석했다. 9일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에는 이재명 대표, 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단식 정치'까지 시작됐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역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며 지난 2일부터 단식을 이어 가다 닷새째인 6일 단식을 멈춘 가운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9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일부 지지층뿐 아니라 정치권, 최근에는 2030세대까지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두고 갈라지자 사정당국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악의 경우 헌재 선고일에 '제2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집단적인 소요사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경찰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전후로 서울 시내 주요지역을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해 안전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선고 당일 '갑호비상' 발령도 검토하고 있다. 갑호비상은 경찰관들의 연가를 중지하고 가용 경찰력을 100％까지 동원할 수 있는 최고 비상 단계다. 이는 군 경계 수준으로 치면 '진돗개 하나'에 해당한다. 헌재 진입을 막는 차벽 뿐만 아니라 캡사이신, 장봉 등 돌발상황 발생시 물리력 사용에 대한 대비도 진행하고 있다.
10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 갑호비상을 한 바 있고, 지방경찰청 지원도 받아 가동할 수 있는 경력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며 "모든 장비들을 최대한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