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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안용수씨.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복직 처분을 원합니다. 하지만 소송을 더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안용수(73)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에 복직 신청서를 냈다. 초등학교 교단에서 해고된 지 45년 만이다. 정년이 넘은 나이에 복직이라니. 한 시간 만이라도 교단에 다시 서길 소망한다고 했다. 미지급 급여도 받아야 한다. 죽어 눈을 감기 전에, 이 부당함의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했다. 16년 전부터 복직을 신청했으나 좌절됐다. 10년 전에는 대법원까지 간 끝에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의원면직(본인 뜻에 따른 면직) 무효확인소송’에서 패소했다. “보안사와 교 폴로직수입정품 장에 의한 강제 사직은 사실이나 자유의지를 완전박탈할 정도는 아니었다”라고 했다. 교육청은 이번에도 복직을 원하면 또 소송해서 판결을 받아오라고 한다. 2025년 그의 소망과 좌절의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기구한 사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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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씨는 1980년 9월5일 서울 성동구 금북국민학교 대출금리인하 (초등학교) 교사직에서 잘렸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975년 교사로 임용된 지 5년 만이었다. 교장은 툭하면 트집을 잡았다. 장학사와 보안사(현 방첩사) 요원, 형사들도 괴롭혔다. 안씨는 ‘연좌제’ 대상자였다. 바야흐로 1980년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신군부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통해 8601명의 공무원을 숙정했다. 교장은 장부금액 마침내 안씨에게 “신경 쓰인다, 그만두라”고 했다. 안씨는 샘플을 보며 자필로 사직원을 베껴 썼다. ‘자유의지’일 수 없었다.



안용수씨의 둘째 형 고 안학수 하사(왼쪽)가 1966년 7월경 근무지인 붕따우의 제1이동외과병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안학수 하사는 납북됐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방공제 나 보안사에 의해 월북자로 몰려 남은 가족들은 풍비박산 났다. 사진 안용수씨 제공


그의 인생엔 일찍이 연좌제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중학생 때, 둘째 형 학수(1943년생)는 ‘월북자’가 됐다. 부모와 4형제가 화목했던 포항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집안은 ‘빨갱이 가족’이 되어 풍비박산 났다. 보 소상공인지원쎈타 안사 요원은 안씨가 쉰이 넘을 때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형은 사실 월북자가 아니라 납북자였다. 형은 1964년 베트남전 1차 파병단에 속해 수송선을 탔다가 1966년 9월 사이공에서 종적을 감춘 뒤 1967년 3월 평양에 나타났다. 베트콩에 납치돼 북한으로 강제이송된 형을 보안사는 월북자로 조작했다. 동생 안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외교부 기밀문서를 찾아 국가로부터 형이 ‘베트남전 국군포로’임을 인정받았다. 2009년 4월이었다. 주홍글씨를 지우고서야 비로소 ‘복직’을 떠올렸다.
뒤늦게 살펴보니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복직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1989년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고 ‘6급 이하 해직공무원 중 다시 근무를 희망하는 경우’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을 시켜줬다. 당시 정부는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따라 해외로 이민간 사람들에게까지 대사관을 통해 연락해 보상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안씨만 기회를 못 얻었다. 연락을 받지 못했고, 그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
2년 전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문서에 따르면, 특별조치법이 제정되기 1년 전 문교부(현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지시해 해직공무원의 실태를 조사했다. 안씨는 이 조사표에 ‘퇴직 후 신학 공부에 전념 중이라는 본인의 답변’이라 기록돼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당시 그는 고문 후유증과 사찰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을 뿐이다. 이어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낸 1993년 10월 보안사 공작과 작성 ‘군 월북자 연고 관계’라는 제목의 사찰 문서엔 안씨가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 중’인 것처럼 돼 있었다. 중구난방, 엉터리인 국가 기록도 당시 그의 복직을 가로막은 요인이었던 셈이다.



1979년 무학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 시절의 안용수씨. 안용수씨 제공


그에 대한 국가의 설명이 바로잡힌 건 2009년 형의 국군포로 인정과 더불어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로부터 받은 그 자신의 진실규명(피해자 확인) 통지문이었다. 안씨가 신청한 ‘베트남 참전 납북군인 및 가족 인권침해 사건’에서 진실화해위는 “안학수가 2009년 납북피해자로 인정되기까지 오랜 시간 그의 가족들이 월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수사 및 동향 관찰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인정해줬다. 안씨의 면직과 관련한 조사에서 당시 학교 교감은 “교장의 지시에 의해 사직원 미제출 상태에서 해임제청서를 동부교육구청에 발송했고, 안씨가 보안사 전화를 받은 후 사직원을 제출한 것이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2016년에 그가 발로 뛰며 수소문해 찾아낸 증인이었다.
다만 거기까지였다. 국가기구가 그의 45년에 걸친 해직 교사 신분이 ‘연좌제에 의한 인권침해’에서 비롯한 것임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다시 “재심을 청구해 판결문을 받아오라”고 했다. 안씨에겐 더는 소송을 치러낼 기력이 없다. ‘고문 피해 보상금 청구’ ’납북피해자 전사 보상금 청구’, ‘납북피해자 불인정 취소’, ’국가공권력에 의한 가족피해 손해배상’등 지금까지 해온 소송만 23개다. 소송하며 빚만 늘었다. 시간도 길다. 무엇보다 소송 없이도 복직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안용수씨는 “서울시교육청은 강제해직을 인정하고 복직을 인정하는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0년해직공무원의보상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 1989년 시행되기 1년 전 문교부(현 교육부)는 각 교육청에 지시해 해직공무원의 실태를 조사했다. 안씨는 이 조사표에 ‘퇴직 후 신학 공부에 전념 중이라는 본인의 답변’이라 기록돼 있었다. 사실과 달랐다. 안용수씨 제공


그를 지지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다. 1992년 헌재는 “80년 국보위의 숙정 계획에 의한 공직자 해임이 의원면직 형식이지만 절차상의 하자로 강제 해임이며, 1988년 특별법 제정 전후로 이미 80년 해직자 복직과 보상금을 지급하였음에도, 미처리 복직은 헌법평등권을 위배한다”고 판결했다. 10년 전 ‘의원면직 무효확인소송’에서 졌지만, 복직 가능성이 봉쇄된 것도 아니다. 이 판결의 기판력(다른 법원을 구속하는 소송법적 효력)이 강제해직 조치 전체에 효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위법한 행정처분이 진실화해위라는 국가기관에서 확인된 이상 처분을 했던 행정청이 직권으로 취소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서 보듯 행정청(교육청)은 법원에 책임을 미루는 경향이 크다. 임 변호사는 “행정청이 직권취소를 하지 않고 눈치를 보며 법원 판결을 받아오라며 소극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2기 진실화해위 전반기에 위원장을 지낸 정근식 교육감이 진실화해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의원면직을) 직권취소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